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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나의 은행이야기

by 맑은청이 202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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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배경지식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신용대출은 1년마다 기간연장을 해야 한다. (갚지 않을 경우) 그리고 개인마다 주거래거나 주택청약을 가지고 이거나 하면 금리감면을 해준다. 이게 원래는 0.2까지인데 국가에서 사람들이 대출로 너무 어려워 하는 거 같아서 은행을 쪼아 0.6까지 금리 감면 폭을 늘려줬다. 그럼 이게 바로 반영이 되느냐? 이게 이제 기간연장하면서 조건변경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조건변경을 할려면 고객의 ‘자필’이 필요하다. 그게 추가약정서다. 나는 3주 전부터 자필 받기 위해 고객들에게 전화를 계속 돌려 은행 방문을 독촉한다. 그리고 만기 ‘당일’날 금리를 변경한다. 전날 일주일 전 안되고 당일이어야 한다. 나는 일주일 전부터 계속 신용대출한 고객님의 성함을 되뇌이면서 신경썼다. 대망의 당일날.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일주일 전 상황

‘금감원 집중 감사기간이구나. 입행 후 처음으로 서랍 정리를 해봐야겠다. 쌓아둔 쓰레기 다 버려야지’

 

당일

‘어…망할, 서류가 어딨지?’

 

그렇다. 내가 파쇄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약정서가 아무리 찾아도 찾아도 없었다. 말도 안 돼. 신이 나에게 이럴 수 없어.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이렇게 찾는 동안 내 앞에 고객이 안 왔냐?

아니다. 계속 왔다. 심박수가 급박하게 오르면서 내가 한 실수는 다음과 같다.

 

1. 어느 아저씨 통장정리를 중첩되게 함.

-> 스티커 붙이고 재인자.

 

2. 수표 들고 왔는데 현금 들고 온 걸로 중금채(기업은행의 예금 상품, 정확하게 예금은 아니지만 중요치 않다.)

-> 취소해버려서 통장 서손냄(없애버려서 결재 올려야 함)

-> 고객은 30분 연장된 거

 

3. 고객에게 안내 실수

나 : ‘타점권은 내일 12시 이후 출금 가능하세요~’

대리님 : ‘월요일’

 

대리님은 허둥지둥 안달복달 못하는 나를 보면서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냐고 물으셨다.

 

‘…약정서가 사라졌어요. 대리님 ㅠㅠㅠㅠㅠㅠ’

 

초단위로 굳어가는 대리님의 표정.

 

너는 대출 서류를 잃어버리고 그게 말이 되냐.

정리도 안 하고 뭐 했냐. 찾아라.

야속하게도 계속 나오지 않는 약정서에 대리님이 cctv를 확인하라고 했다.

나는 화요일 2시쯤 열심히 서류를 찾는 내 모습을 확인했으나 서류가 어디로 솟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포기하고 나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약정서를 썼던 고객님이 앉아 계신 거 아닌가?

뭐지. ㅈㄴ 꿈인가. 서프라이즌가.

싶었다.

놀랍게도 꿈이 아니였다. 불행 중 다행이었달까.

다른 통장 해지하러 오신거다.

다행히 그 덕에 약정서 사건은 일단락 되었지만 대리님께서는 어이가 없어서 화가 단단히 나셨고 나는 책상에 머리를 찍으면서 자책타임을 가졌다.

이제 소장님과 대리님이 나한테 소리지르면서 화내시질 않아서 뭔가 실수를 하면 가장 큰 게 '스스로 자책하기'다.

나는 왜 이러지? 나는 왜 잘 챙기지 못하지? 나는 왜, 나는 왜.

하지만 이젠 안다. 퇴근 후까지 그 마음을 안고 가는 건 나만 힘들어질 뿐이란 걸.

애초부터 은행원이 되고자 입사한 것도 아니었다.

애초부터 이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도 없었다.

난 그저 영업점에서 적당히 시간을 떼우다 가고 싶었을 뿐이니깐.

그러니깐 너무 자책하지 않도록 한다.

주 5회 운동하고 잠도 제시간에 자고 책도 조금씩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 나에게 너무 매정하지 않기로.

안 그래도 고생하는 나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기로.

그렇게 또 나의 젊은 날의 실수를 보내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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