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책에 관한 나의 고찰
나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힐링 책을 읽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힐링에 관련된 서적은 베스트셀러에서 빠지지 않게 되었다. 내가 보기엔 다 비슷한 내용이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든지, 상처 받은 누군가를 위한 위로라든지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글은 단조롭고 디자인에 더 많은 신경을 쓴 듯한 책들이 싫었다. 글이란 건 무릇 한 결을 벗겨보았을 때 또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에 쏟아지는 힐링 책들과 어딜가든 비슷비슷한 표지와 내용의 책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왜 이런 책들이 시중에 쏟아질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분명 공급이 있다는 건 그만큼의 수요가 있다는 것. 그럼 그 수요는 어디서 오는 걸까. 힐링 책 관련 구매 통계를 확인한 적은 없지만 역시 청년 세대이지 않을까? 어느 세대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소통하는 세대이지만 어느 세대보다 위로가 필요하고 외로워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SNS의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요새 SNS를 확인하면서 많이 보는 단어는 ‘인싸’라는 단어이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인기 많은 사람’ 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신조어이다. 유행과 맞닿아있는 단어로 핫한 장소, 핫한 음식, 핫한 행위를 모사하며 본인도 ‘인싸’라는 울타리에 속하고 싶다는 걸 은근히 어필하고자 하고 이 통로는 SNS이다. 힐링 책은 표지도 예쁘고 독서를 한다는 지적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전파력이 큰 거 같다.
힐링 책 이야기에 SNS 이야기가 왜이리 많이 나오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세대는 SNS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많다. 이러한 매체는 ‘소통’을 키워드로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를 고립시키고 진정으로 본인을 위한 행동인 아닌 ‘보여주기 식’의 행동을 많이 한다. 스스로를 향하지 않은 행위는 계속해서 자신을 외롭게 하고 예민하게 한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즉, 넓게는 기성세대까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은 심리적 고립이 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감성적인 위로를 내세운 책들이 성황리에 판매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힐링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깊이가 부족하기도 하고 만약 본인이 정말 힘들고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책을 통해서 위로받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쩌다 마주친 격언 한 줄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책 한권 내내 유사한 긍정적인 문장의 역할을 퇴색될 거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이견이다. 물론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저 이러한 류의 책으로 위로를 받고자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타인으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고립의 해결책을 또다시 타인에게 찾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타인을 통해 보는 세상은 어찌됐든 결국 잿빛이라고 생각한다.
20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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